[시 입선] <10월 4일, 2022년>
<10월 4일, 2022년>
돌이켜보면 편지에 계절 안부를 물으며 따뜻한 하루 되세요, 하던 게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가 되고
다시 따뜻한 하루하루 보내시길!이 된 이 시간들이 사랑이었던 것 같애.
사랑은 꼬박꼬박.
꼬박꼬박은 사랑.
꼬박꼬박은 다정.
다정은 사랑./
지난 주에 공연을 보고 와서 국밥집에 갔는데
청양고추를 먹었더니 눈물이 맺히다가 주룩, 흐른 거야.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근데 앞 테이블에 사람이 있었어)
그래서 약간.. 살면서도 커지고 부푼 마음을 어떻게라도 톡, 터뜨려줄 것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
넘치는 마음이 내 안을 채우다 못해 짓누르기 전에
톡.
진초록 필사모임을 꾸리다 문득.
내 사랑은 무슨 색일까?
권서연 (교육학과)
어느 9월, 누군가에게 이런 문장을 선물 받았습니다. '절제하다 사라져버리는 능력, 하지 않으면 지워지는 언어, 아끼면 사랑은 불능이 된다.' 박연준 작가님의 '표현의 중요성'이란 글의 한 구절인데 제 삶에 가득했을 사랑이 언젠가 잊혀질 게 두려워져 그날부터 꾸준히 하루하루의 사랑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입선작도 그중 하나인데 사실상 '시'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짧은 일기에 지나지 않는 글이라 쑥스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제 글의 주인공인 꼬박꼬박이 사랑임을 가르쳐주었던, 얼토당토않은 편지를 1년 동안 받았을 한 모 밴드맨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또, 이 자리를 빌려 짧게나마 한 학기 열심히 달려온 쿠레레 다람쥐들에게도 고생했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모두 자주 사랑하고 사랑받는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