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평
시 부문 심사평
최미숙 교수 (국어교육과)
올해 응모작의 창작 경향은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경향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다. 일상, 사랑, 청춘, 이별, 슬픔, 죽음, 영원 등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성찰을 담은 시가 풍부해졌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시가 많아졌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그런데 소재가 다양해지고 사유의 깊이도 깊어졌지만 그것을 시적 언어로 함축성 있게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보여주는 시가 많았다. 이 점은 앞으로도 ‘시’ 부문 응모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당선작으로는 <선광사2>를 선정했다. 절제의 미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직접 토로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응시하고 있다. 이 시가 택한 슬픔을 견뎌내는 방식이다. 간결하면서도 응축된 표현을 통해 ‘슬픔의 견딤’에 독자도 함께하도록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화자의 바람대로 “수억 광년” 떨어져 있는 우주와 지구의 거리만큼 슬픔도 멀어지면서 작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가작으로 <할아버지>를 선정했다. 이 시 역시 슬픔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그것은 할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던, “쓸모없는 것을 사랑”하던, “선량한” ‘할아버지’를 향한 화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깊은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나 정서를 좀 더 응축시켜 표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부분이 향상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입선으로 선정된 <10월 4일, 2022년>은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행간 걸림’의 사용, 호흡의 단속을 조절하는 문장 부호의 활용, 시행 배치의 변화를 통한 리듬의 변주 등 세련된 표현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다만, 시가 드러내고자 하는 세계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사유를 담는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본다.